[기사공유] 폐암 4기, 이제는 ‘극복’이란 단어를 말할 수 있다
[좌담] 표적치료+면역반응,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롱테일 생존곡선’ ↑

이번 좌담에 참여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 환자 노경순 씨(왼쪽부터)
폐암은 1998년 이후 20년 넘게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폐암은 특별한 초기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다. 실제 과거에는 폐암 환자의 60~70%가 4기에서야 진단을 받곤 했다. 이는 폐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암이 흉막이나 뼈로 번진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한 상태에서 검사를 받다가 안타깝게도 4기로 진단되는 사례도 많다. 다행히 최근 폐암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4기 진단 환자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해졌다. 이에 폐암 4기를 투병 중인 노경순(63·여) 씨와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원국 기자(이하 이원국) : 폐암 4기를 진단받았다고 들었다.
노경순 씨(이하 노경순) : 지금까지 두 차례 암(유방암·갑상선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 다른 기저질환도 없었고 건강검진에서 폐암이 확인됐다. 처음에는 2기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 전 정밀검사에서 4기 판정을 받아 적잖이 당황했다. 다행히 교수님이 “요즘은 항암치료로도 충분히 호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줘 치료받기로 마음을 굳혔다.
안병쳘 교수(이하 안병철) : 당시 환자에게 특별한 통증은 없었다.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폐 좌하엽 부위에 덩어리처럼 보이는 병변이 확인됐고 CT 검사에서는 흉막에 좁쌀처럼 암세포가 흩뿌려진 ‘시딩(seeding)’ 양상이 보였다. 원격전이는 없었다. 하지만 흉막 전이가 있어 4기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했다.
이원국 : 비소세포폐암은 뇌전이가 흔한데.
안병철 : 다행히 뇌전이는 없었다. 암세포가 터지며 흉막으로 퍼져 4기로 급격히 진행된 직후였다. 이러한 경우 예후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이원국 : 폐암 4기의 경우 어떤 치료전략을 갖는가.
안병철 :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말부터 4기까지의 경우 치료의 최종목표는 증상완화와 병의 진행을 억제해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3·4기에서도 완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명확히 ‘완치’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약제나 병용 등 치료법을 활용해 질병을 최대한 억제하고 진행을 늦춤으로써 장기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원국 : 폐암치료제가 많은데 어떤 치료제를 선택했나.
안병철 :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을 선택했다. 해당 치료제의 동물실험부터 임상 1·2·3상까지 전 단계를 경험한 결과 치료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된 약제로서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가 매우 우수했다. 이후 축적된 데이터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기존 오시머티닙 단독요법보다 길었고 전체 생존기간(OS)도 통계적으로 1년 이상 연장되는 것이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환자를 가장 오래 생존하게 할 수 있는 약제다.
이원국 :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갖는 의학적 가치는.
안병철 : 표적치료제 단독 투여는 일정 기간 후 내성이 생긴다. 하지만 표적치료제에 아미반타맙을 추가하면 ADCC(항체 의존성 세포독성) 기반의 면역 반응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더해진다. 일부 환자(20~30%)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기억해 장기간 공격하는 ‘롱테일(long-tail)’ 효과도 나타난다. 실제로 5년 이상 내성 없이 생존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원국 : 내성이 발현될 수 있는데 이후 치료계획은.
안병철 :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생존율이 약 4~5년 정도다. 하지만 치료 후 평균 2년 이내에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내성 발생 후 어떤 치료가 최선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요법을 1차치료로 사용한 환자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내성 발생 이후 가장 효과적인 후속치료법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행히 최근 폐암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4기 진단 환자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해졌다
이원국 : 고가의 치료제라 경제적 부담도 컸을 것이다.
노경순 : 한 달 치료비를 약 2000만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더 들었다.
안병철 : 환급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특히 레이저티닙은 최근 급여가 적용돼 부담이 줄었지만 아미반타맙은 여전히 비싸다. 하지만 환자의 생존기간이 2~3년 연장될 경우 사회적 비용절감효과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 이상으로 크다고 본다. 반드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원국 : 치료 중 힘든 점은 없었는지.
노경순 : 염증이 발생한 정도였다. 일반 항암제와 비교했을 때 음식 섭취가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격주마다 진행하는 피검사가 고역이다. 혈관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주사 투여를 받을 때마다 의료진에게 혈관을 잘 잡아달라고 부탁하곤 한다.
안병철 : 아미반타맙은 일정 시점 이후 피부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용량이나 간격을 조정한다. 항암제 부작용이 아무리 줄어도 많은 환자가 힘들어한다. 하지만 환자는 과거 유방암 투병을 한 이력이 있다. 유방암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하다. 하지만 과거 유방암과 싸워 이긴 경험이 있는 만큼 잘 견디고 있다.
이원국 : 지방에서 치료를 위해 2주마다 오가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은가.
노경순 : 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라온 김에 자녀들도 만난다.
이원국 : 향후 치료 경과가 좋아진다면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는지.
노경순 : 가족들은 항상 적극적으로 나를 긍정해주고 지지해줬다.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꼭 가고 싶다. 완치가 아니더라도 현재와 같은 건강 상태라면 언제든 가능할 것 같다. 본래 운영하던 음식점도 계속 운영하고 싶다. 희망을 잃지 않고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84534